인생은 한 번뿐! 미국 간호사가 된 욜로 선두주자
널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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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1

Ch.1 전문대 간호학생, 뉴욕을 품다

2010년대 한국을 휩쓸었던 ‘욜로’는 ‘인생은 오직 한 번뿐’이라는 뜻으로, You Only Live Once의 약자이다. 욜로는 해외여행, 어학연수 유행과 맞물려 젊은 세대들의 세계 진출에 많은 영감을 주었다. 욜로의 선두주자 격으로, 다양한 삶의 방식을 탐구한 끝에 미국 간호사가 된 김리연 간호사에게 인생이란 무엇인지 직접 들어보았다.


"욜로는 10년 전, 미국에 왔을 때 들은 말이에요. 재미있는 말이라고 생각했어요. 맞아, 인생 한번밖에 못 사는데  하고 싶은 거 다 해보자. 간호사도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다, 그런 메시지로 한국에 가져와서 쓰기 시작했죠.”


2005년 제주한라대학교 간호과를 졸업하고 삼성서울병원 신입으로 입사한 김리연 간호사는 이비인후과 병동 간호사로 2년 성실히 경력을 쌓았다. 원래 성격이 소극적이고 부끄러움이 많아 간호사를 하기에 힘들었다던 김리연 간호사는 간호사 생활을 하는 동안,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해선 스스로 변화해야 함을 깨달았다. 김리연 간호사의 원동력은 ‘나 자신에 대한 증명’이었다.


미국으로 가야겠다고 결심한 건, 처음엔 자격지심이었던 것 같아요. 좋은 학교에 들어간 엄친아, 엄친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자신감이 떨어졌어요. 그럴 수록 전문대를 나와도 내가 한 선택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어요.”


퇴사 후, 국내에서 미국 간호사 면허를 취득하고 어학 점수를 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편, 간호사에만 매달리지 않고 다양한 진로를 모색하며 재미있고 의미있는 일들에 도전했다.


쉬면서 캐스팅 제의를 받아 패셜모델 활동을 하기도 하고, 잡지 에디팅을 해보기도 했어요. 국제기구에 관심이 많아서 WHO 등의 국제 세미나를 듣거나, 해외여행에 대한 관심으로 승무원에도 도전했었죠. 한달 반 정도 준비해서 대한항공, 싱가포르 항공사에 시험을 봤는데, 그냥 미국 간호사로 가야겠다 결심이 서더라구요.”


8개월 간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목표가 뚜렷해진 김리연 간호사는 삼성서울병원에 재입사했다. 업무 능력을 인정 받아 유방내분비외과 SA로 다시 2년 여의 경력을 쌓는 동안, 미국 간호사 면허를 취득하고 아이엘츠(IELTS)에서도 고득점을 얻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서울글로벌센터, 서울국제유학생포럼, 외국인 무료 건강검진 봉사단 등 폭넓은 활동을 하면서 결혼한 후, 미국으로 떠났다.

 

Ch.2 항암 병동 간호사에서 항암 처방 전문가로

도전하는 모든 사람들이 말하길, 꿈꾸는 곳에 도착한 순간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한다. 도전은 끊임없이 나라는 사람의 본질과 자신이 원하는 것을 탐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승무원을 꿈꾸며 승무원 시험에 도전했지만 결국 승무원은 되지 못한 김리연 감호사. 이것은 실패일까. 하지만 외항사를 준비하며 트레이닝한 영어 면접 스킬 덕분에 그녀는 뉴욕 3대 병원인 마운트 사이나이 베스 이스라엘 종합병원 암센터에 입사했다. 김리연 간호사에게 다양한 시도는 실패가 아닌, 딛고 뛰어오르는 발판이었다.


"자기가 뭘 좋아하고 뭘 원하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해 많이 탐구하셨으면 좋겠어요. 그걸 제일 잘하는 간호사가 결국 오래 남고 또 자기 자신을 잘 돌보는 간호사가 될 수 있다고 저는 믿고 있어요."


김리연 간호사는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프라이드를 갖고 높은 연봉으로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점, 이민자로 정착하기 좋은 직업인 점, 영어가 서툴러도 간호사라고 하면 굉장히 좋게 봐주고 대우해주는 점 등을 장점으로 뽑았다. 그 중에서도 환자들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것을 간호사가 되길 잘했다고 생각한 순간이라고 말한다.


"항암 치료를 할 때 만난 분들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사이가 좋은 노부부가 있으셨어요. 매번 손을 잡고 오시고 치료를 받으시는데, 그분이 제가 잘해드리니까 한국 간호사들은 원래 이렇게 잘해 주냐, 고급 서비스를 받으니까 비행기에 탄 것 같다. 이런 말씀도 하시고 장례식에 초대도 받았는데 차마 갈 수가 없더라구요. 후회가 되기도 합니다."


항암 병동에서 환자와 가깝게 지내며 가족처럼 환자를 간호한 김리연 간호사는 환자들의 마지막 모습을 자주 지켜보게 되었다. 마지막 클리닉 방문 때 그녀를 직접 보러 온 환자의 얼굴이 항암제 부작용으로 퉁퉁 부은 것을 보고 많이 울기도 했다.


"직접 간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면 더 좋은 환경에서 치료받을 수 있게 해드릴까 고민하면서 임상이 아닌 새로운 길을 생각해보게 됐죠."


뉴욕 프레스비테리안 병원으로 옮긴 김리연 간호사는 항암 병동 간호사로 근무한 6년 경력을 인정받아 항암제 처방 전문가가 되었다.

항암제 처방 전문가는 미국 의료계에 새롭게 생긴 직업으로, 항암제 종류가 많아지면서 발생하는 부작용 관련 사고를 줄이기 위해 의사들의 처방을 확인하고 부작용을 찾아보고 오류를 알려주는 업무다. 김리연 간호사는 뉴욕 최고 병동의 개인 사무실에서 의료 전문가로 일하게 되었고, 연봉은 1억 5천만원으로 뛰었다. 그리고 동시에 아이비리그 대학인 컬럼비아 대학원에서 학업을 병행했다.


"놀면 뭐해요, 공부해야지. 미국 사람들은 막상 기회가 있어도 잘 안 해요. 기회가 왔으면 잡는 게 저는 맞다고 생각하고. '모든 것을 너한테 다 빼앗아 갈 수 있어도 네가 배운 그 교육은 절대로 빼앗아 갈 수 없단다' 어느 날 친한 친구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 울림이 되었어요. 아이비리그를 나왔다 하면 주목도 많이 되고 또 전문대생이 아이비리그를 가는 경우가 흔치 않잖아요. 그래서 저는 제 스스로 증명해 보이면 여러분들이 많은 꿈을 꾸실 수 있고,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을 해서 강행한 것도 있어요. 아이가 둘이 있지만 저를 보시면서 여러분도 할 수 있다 이렇게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Ch.3 나는 꿈꾸는 간호사다

김리연 간호사는 현재, 퀄리티 스페셜리스트로 근무하고 있다. 퀄리티 스페셜리스트는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직업이다. 예를 들면 의료사고가 일어났을 때, 원인 분석부터 향후 조치를 비롯한 추후 예방법, 프로토콜을 셋팅하는 등 다양한 일을 한다. 전문 경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의사도 있으며, 간호사와 의사가 같은 타이틀로 동등하게 일하는 직업이다.


"예를 들면, 멀쩡한 환자가 출산을 하러 왔어요. 근데 출혈이 심해서 돌아가시고 아기만 사는 거예요. 이럴 때, 고협압이나 당뇨 같은 기저질환이 없는데 과다출혈로 사망하신 경우 왜 그렇게 됐는지 사건의 발생 원인을 해당 부서에서부터 깊이 조사하는 거죠. 그래서 병원 매니지먼트나 행정, 의료법 같은 분야까지 여러 분야에 대해 알아야 하고, 계속 공부해야 하는 일이에요. 한시도 지루할 틈이 없는 일이죠. 머리가 아프지만 재택근무 등 많은 장점이 있고, 의료 환경을 바꾸는 일이니까 만족하면서 일하고 있어요."


욜로라고 생각하면 흔히 책임을 회피하고 훌쩍 여행을 떠나는 이미지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김리연 간호사가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YOLO는 한번뿐인 인생을 퀄리티 있게 사는 법과 같다.


"간호사 하면 3D 업종이고 힘들다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런 이미지를 바꾸고 싶었고, 간호사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키고 싶었어요. 사회초년생부터 좀더 높은 연봉에서 시작할 수 있고, 전세계 어디든 간호사로 활동할 수 있으면서, 간호사를 하다가 다른 일을 해보고, 또 그 일이 마음에 안 들 때 다시 간호사를 언제든지 취직할 수 있잖아요."


김리연 간호사의 이야기는 ‘간호사라서 다행이야’라는 자전적 에세이를 통해 알려졌다. 한국과 다른 미국 간호사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한국의 고질적인 ‘태움’ 문화를 없애기 위해 택을 출간했다. 그 역시 태움의 피해자이기도 했다.


"가장 큰 장점은 한국에 비해 일하는 분위기가 좋아요. 연봉도 비교가 안 되죠. 저희 병원 신규 간호사가 기본 1억 이상의 연봉을 받아요. 역량에 따라 보너스도 있고요. 언제든지 자기가 원하는 분야에 대해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와 학비를 지원해 주기도 해요. 연금이나 보험 등도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를 비교했을 때, 간호사의 복지가 제일 좋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만에 하나, 사고가 나거나 병원에서 수술할 일이 생기면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보장이 돼요. 그리고 연금이 진짜 좋아요. 지금 버는 15%를 연금으로 넣으면 65세 이후에 한달에 3천만원씩 받으면서 노후를 즐길 수가 있어요."

 


김리연 간호사는 책과 강연으로 꿈꾸는 간호사들의 롤모델로서 동기 부여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그녀의 도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새로운 영역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우리에게 알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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